2014. 7. 9. 21:16ㆍ■ Cantabile/공감^^ 길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1954~ )
-풍경생각^^----------------------------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평소 도종환 님의 시를 좋아했지만,
아이들을 키우면서 더 좋아하게 된 시
만화가 박재동님의 나를 흔든 시 한 줄로 소개 되었네요~
나의 마음을 흔들고 또 다른 이들의 마음을 흔든 시
그들은 나와 또 다른 어떤 이유로 그들의 마음을 흔들었을까?
심장에 박혀 힘 주는 시
증온 눅여줄 시인의 마음
이 시를 처음 듣고, '도종환, 너 글 하나 썼네!' 감탄했다.
1970~80년대 시가 사회상과 함게 가던 시절에 내 가슴을 친 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한마디로 나를 울렸다. 일간지에서 시사만화를 그리며 늘 옳은 길로만 가는 척, 정의파인 양 어깨에 힘을 줬지만 나도 유혹에 약한 인간이었고 비겁하고 나약한 소시민이었다. 한없이 약해질 대 중얼거리며 다시 힘을 얻는 시, 목이 탈 때 얻어먹은 물 한 바가지 같은 시, 힘겨울 때 어깨를 두드려주는 이 시가 나는 좋다.
요즘은 시가 너무 어려워서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시어가 가슴에 오지 않아서 시인들 스스로 소외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불필요한 증오가 부글거리는 지금 이 땅에 가장 필요한 건 모두의 마음을 녹여주는 시 한 편이 아닐까. 너나 나나 '흔들리는 꽃' '젖은 삶'임을 돌아본다면 조금 수월하게 이 난세를 이겨나갈 수 있지 않을까.
박재동 만화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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