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2. 16:17ㆍ■ Cantabile/공감^^ 길
따뜻한 목소리
서울 메트로 스토리텔링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영등포구 최의영님의 글을 소개할게요...
열두 살 아들과 함께 급히 지하철을 갈아타다가
아이는 미처 타지 못하고
저만 전동차에 올라탄 적이 있었습니다.
멀어지는 아이의 모습...
아들에게는 가벼운 자폐 증세가 있었습니다.
혹시나 이렇게 생이별을 하게 되는 건 아닌가
너무 놀라고 당황한 저는
얼른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민아, 네 옆에 아줌마 계시지?"
혹시 그쪽 승강장에
아주머니 한 분은 계시지 않을까 하는
절박한 생각에서 나온 말이었습니다.
"여보세요, 무슨 일이지요?"
순간, 거짓말처럼 한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다급했던 저는 아들과 함께 전철에 타달라고,
다음 정거장 앞에서 기다리겠다고 간곡하게 부탁했습니다.
"아이고, 걱정 말고 기다려요. 내가 꼭 내려줄게요."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아주머니의 대답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드디어 열차가 승강장으로 들어오고,
민이의 모습을 발견한 저는
정신없이 달려가 꼭 껴안았습니다.
무사히 다시 만났다는 것에 안도하는 사이
전철은 승강장을 떠났습니다.
저는 정신을 차리고 바로 아주머니를 찾았지만
그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내리시지 않고 그냥 가셨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출발해 버린 열차를 향해
수없이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얼굴은 비록 뵙지 못했지만,
세상 그 누구의 목소리보다 따뜻했던
그 분의 목소리를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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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친절하고 마음이 따뜻한 분들이
참 많이 계십니다.
짐이 무거워 낑낑대고 있을 때
말없이 손을 빌려주시던 아저씨,
넘어졌을 때 괜찮으시냐며 도와주시던 아주머니,
떨어진 물건이라며 주워주는 꼬마까지.
믿어 보세요,
세상은 아직 따뜻하답니다.
-풍경생각^^----------------------------------------------------------
나에게도 이런 비슷한 경험이 있다.
작은 애가 6살 때!
그 때는 휴대폰이 대중화되지 않아 삐삐(전화번호만 찍히는라는 통신매체가 있었던 때다.
어느 평온한 주말 오전~
아빠는 세미나 가시고 큰아이는 학교에 가고(그때는 놀토가 없었다),
연년생이어서 그런지 형이 없으면 유난히도 심심해하는 작은 아이를 데리고 있는데
인천 이모와 오랜 시간 통화를 하더니 이모가 인천에 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 나도 그럼 가거라 했던 것이 어쩌면 영영 아이를 잃을 뻔 한 일이 될줄이야.
이모는 조카가 이모네 집에 가고 싶다고 떼를 쓰니까 엄마한테 허락받고 오라고 했고, 난 설마 얘가 혼자서 가진 않겠지 하는 생각에 가라고 했는데 아이가 정말 다녀 오겠다고 집을 나선 것이다.
유치원 가방을 메고, 무선전화기(내가 가끔 마트에 나갈 때 무선전화기를 가지고 다니던 것을 봐서인지)를 들고 다녀오겠다고 택시비를 달라고 한다.
어린아이들은 택시 안태워준다고 했더니 그냥 나서는것이 아닌가!
그래서 바로 따라 나갔는데 신호에 걸렸다.
아이가 건너편 길로 걸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그럴줄 알았더라면 신호위반도 했을 것인데
아이가 얼마나 가겠어.
전철로 간다고 했으니까 청량리역쪽으로 갔겠지? 하면서 신호가 바뀐 즉시 쫓아갔는데 찾지 못한 것이다.
청량리역은 공사로 복잡하기 그지 없었다.
찾지 못해 롯데백화점 뒤쪽 파출소에 가서 신고를 했다.
경찰들은 지금 청량리역이 공사중이라 복잡해서 아이가 타지 못했을 거라면서 순찰 돌다가 찾아서 연락하겠다고 걱정 말고 집으로 가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하셨다.
그때만해도 휴대폰이 없으니 내가 나와 버리면 집으로 전화가 와도 연락이 안되겠다 싶어 집으로 돌아와서 내 나름대로 이곳 저곳 갈만한 곳은 연락을 해 보았다.
한참을 애태우고 전화 벨 소리만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아가씨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아이가 인천행 전철을 타고 있다고. 그 아가씨는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었나보다.
아이를 지켜보니까 보호자가 없는 것 같은데 자기는 다음 역에 내려야 해서 걱정이 되어 전화번호를 물어서 연락을 했다고.
이렇게 고마울데가.
약속이 있어 신길역에 내려야 하니까 신길역에 아이를 맡기겠다고 하신다.
네! 네! 고맙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신길역으로 갔다.(그때까지만해도 신길역이라는 곳이 있는것도 몰랐다.)
역무원들에게 물었더니 나를 역무원 휴게실로 안내하셔서 그곳에 갔더니 울 아이는 엄마가 걱정하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역무원들 앞에서 재롱잔치를 하고 있었다. "엄마 왜 왔어? 엄마가 나 인천 가랬잖아요."
아이를 데리고 오다 파출소에 들렸다.
내깐에는 아이에게 단단히 훈계라도 해 주시겠지 생각하며.
그런데 "너 참 똑똑하구나 그런데 5학년때부터 다녀라"
아이들의 말에 어른들이 무심코 한 대답을 아이는 그대로 믿고 실행한다.
이런 일로 아이를 잃어버리게 된다면 난 아이를 찾겠다고 미쳐 돌아다니고 있겠지?
아이는 사교성이 좋아서 지하철에서 껌 팔이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
가벼운 말 한마디가 이런 엄청한 일을 초래할 줄이야.
그다음부터는 아이의 말에도 더 귀 기울여 듣고 신중하게 대답하게 되었다.
나도 그 아가씨 얼굴도 모르지만, 어디에서 어떻게 살든 이 세상에서 여전히 아름다운 향기를 전하며 살아가고 있을거라는 생각은 확실하다.
아가씨!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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