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시] 여름이 끝날 무렵 / 김용화
2015. 8. 31. 20:27ㆍ■ Andante/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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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끝날 무렵 / 김용화
또 다른 계절이 시작되면
먼저 바람이 붑니다.
계절이 덧문을 닫을 때도
바람이 먼저 불지요.
매미도 지쳐 잠든
어둠이 내린 여름밤
정자 나무 밑에 앉아
바람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곧 가을이 온다는 소식.
바람은 마음에도 숨어들어
길섶 코스모스를 피우고
달빛 아래
그리움 한 무더기 놓고 갑니다.
머지 않아 빛 고운 가을이 오면
향기 깊은 차 한잔 우려놓고
숲이 보이는 창가 앉아
그리움과 마주하려 합니다.
쓸쓸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받아 주십시오.
그리움으로 멍이 들면
낙엽 편지 한 장 띄우겠습니다.
* 오늘은 하루 종일 바람이 좋은 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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