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시] 신준모의 어떤 하루 중에서
2015. 9. 10. 15:56ㆍ■ Andante/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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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하루...신준모
길가에 차례없이
어우러진 풀잎들 위에
새벽녘에 몰래 내린 이슬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선풍기를 돌려도
겨우 잠들 수 있었던
짧은 여름밤의 못다한
이야기가 저리도 많은데
아침이면
창문을 닫아야 하는
선선한 바람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숨이 막히던 더위와
세상의 끝날 이라도 될 것 같던
그리도 쉼 없이 퍼붓던 소나기에
다시는
가을 같은 것은 없을 줄 알았는데
밤인 줄도 모르고 처량하게 울어대는
가로수의 매미소리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상큼하게
높아진 하늘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열무김치에
된장찌개 넣어 비벼먹어도
행복한 그리운 사람이
함께 할 가을이면 좋겠습니다.
이 가을엔
좋은 일만 있었으면 합니다.
신준모 / 어떤하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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