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시] 봄이 오는 길목에서 ... 이해인

2017. 2. 3. 18:20■ Andante/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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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님의 봄 시 한 편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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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에서


이해인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처 우리집 뜰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고

내 마음의 바위 틈에

흐르는 물소리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이해인 수녀님만의 순수한 글향이 느껴져서 좋아하는 구절들..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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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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