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일 / 나태주
2017. 8. 3. 20:28ㆍ■ Andante/Poem
728x90
사는 일 / 나태주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 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날개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 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은 잠잠해지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 Andante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시/꽃시] 매화 앞에서 ... 이해인 (0) | 2017.03.09 |
---|---|
[꽃시] 꽃 멀미 ... 이해인 (0) | 2017.03.09 |
[봄시/꽃시] 개화 ... 안도현 (0) | 2017.03.09 |
[봄시] 봄이 오는 길목에서 ... 이해인 (0) | 2017.02.03 |
12월의 시 / 이해인 (0) | 2016.12.27 |